작년 haccp 인증을 받은 후 얼마 전 2건의 사후 조사 평가를 모두 무사히 마쳤다. 우리 회사의 경우 식육포장처리업과 축산물 가공업 등 여러 제조 허가를 받은 상태인데 모두 해썹이 적용된 상태다.
사후 조사 검증 평가의 경우 사전 예고 없이 불시에 회사로 방문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업장의 생산 일정에 따라 사정이 생길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여 방문평가 전 사전 예고가 있었지만 국회 이의 제기로 인해 불시 방문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CCP 모니터링 등 haccp 기준에 따른 관리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업체라면 불시 방문 따위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그동안 HACCP 운영 지침과 자체 기준서를 바탕으로 해썹 운영 경험을 잠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HACCP 적용 시 장단점이 분명했다. 장점은 인증 마크를 제품에 표시할 수 있어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증가되었다. 해썹의 관리 기준은 까다롭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원료육 입고에서부터 생산, 출고까지의 모든 과정들을 관리 기록해야 한다.
단점은 가장 큰 회사 운영 비용 증가다. haccp을 인증받지 않은 일반 영업자의 경우 SSOP(일일 위생점검 일지), 영업자 및 종업원 보건증, 원산지 및 원료육 입고를 검증할 수 있는 서류, 위생교육, 생산 일지 등 비교적 간단한 서류들만 관리 기록하면 된다. 하지만 HACCP의 경우 관리기록해야 할 서류들이 적어도 10배(?) 정도 많은 것 같다. 이 모든 서류들을 관리 기록하려면 별도의 인원을 채용해야 하고, 위탁 실험까지 맡기게 되면 그에 따른 비용이 확 증가된다.
다행히 나는 대학시절 식품과를 졸업하고 관련 면허증과 자격증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HACCP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CCP 모니터링과 기준서들을 직접 관리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HACCP 어렵고 불편한 것 아닌가요?
일반 자영업자들의 경우 ‘해썹’이라는 말만 들어도 덜컥 겁을 내는 경우가 많다. 영업자가 바라보는 HACCP은 비용 증가는 물론, 불편하고 알지 못하는 용어들로 도배된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 대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보지도 않고 덜컥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HACCP 교육을 받는다면 누구나 직접 준비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교과서적인 HACCP 기준에만 얽매여 있다면 눈앞이 캄캄해져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HACCP 인증을 위해 시설물들을 유지 보수하는 과정들은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작업장을 재건축을 하는 것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다. 기존 영업장의 시설과 작업장 면적이 실제 생산에 있어 크게 불편함이 없을 정도라면 충분히 HACCP 인증을 위한 시설 준비 역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기존 작업장이 생산량에 비해 다소 비좁아 작업장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이다. 기존 작업장, 부재료 물류창고를 포함해 총면적 1100평가량 된다. 이중 200평 규모의 작업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건물은 설계 사무소를 통해 설계되었고, 내부 시설 및 생산성 증대를 위한 활용 방안은 온전히 나의 경험을 통해 설계 중이다. 어쩌다 보니 3D 모델링 프로그램까지 독학하게 되었고 잘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HACCP 시설 기준은 현실성에 따라 많이 완화된 상태다. 위생전실의 경우 과거 기준처럼 에어샤워실이 필요 없고, 롤 클리너(끈끈이) 정도면 충분하다. 참고로 현재 운영 중인 작업장에는 에어샤워실이 마련돼 있는데,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청소도 힘들고, 관리가 소홀하면 자주 말썽을 부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작업장 구역 관리를 일반구역, 준청결구역, 청결구역과 같이 3가지로 분류하였다. 현재 HACCP 기준의 경우 2 구역으로 구분해도 무방하다. 물론 CCP 관리를 위해 3구역으로 나누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만약 우리 회사와 같이 작업장을 신축하거나, HACCP 인증을 위해 바닥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특히 배수 트렌치 구조를 신경 써서 설계하는 것이 좋다. 작업장 청결구역의 경우 매일 물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육류의 경우 부위에 따라 지방이 많기 때문에 수분에 지방이 섞여 배수관을 지나가다 보면 지방이 굳고 쌓여 결국 배수관이 막히고 악취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배수관을 뚫는 업체를 부르게 되면 면적에 따라 적게는 5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배수관만 잘 설계해도 운영비용을 확 줄일 수 있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포스팅을 통해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HACCP 인증을 준비중이라면..
2023년이면 연 매출 20억 이상 식육포장처리업 업체 역시 해썹 의무 적용 대상이 된다. 보통 도매 & 유통업의 경우 연 매출 20억 이상 되는 업체는 매우 많다. 의무적용 기간이 다가오는 것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보다 미리 HACCP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이고 글을 마치려 한다. HACCP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 컨설팅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면,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거나 혹은 이익을 목적으로 불필요한 시설을 권유하는 일부 컨설팅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